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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사망 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이 미달인 주야간 교대근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업무상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의 환경, 근로자의 건강 상태, 업무내용 등 여러가지 요건이 필요하지만 실무상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로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꼽고 있습니다.
즉, 사망하기 전 급격한 노동 제공 등의 사유가 없으면 일반적으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정 전 고용노동부 고시에 의하면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 이상이 되어야 업무상 재해에 있어 유의미한 과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산업재해라고 인정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실관계
A는 2009년 B조선소에 입사하여 주야간 교대제로 용접 업무에 종사하였습니다. 이후 2016년 11월 1일부터 3일까지 매일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하였고, 4일에 근무를 하던 중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으나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고 열흘만에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가 사망하기 전 12주간의 근무내역을 보면 사망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들의 신청을 거부하였습니다.
먼저 1심과 2심은 “A의 급성 심근염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며 “A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만 37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인 A는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설사나 몸살, 장염 등 초기 감염이 발생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급성 심근염이 발병했다"며 "오랜 기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면서 육체노동을 했으므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A의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봐야 하며, 결국 A는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다 질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0두39397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기초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근로자나 사망 전 주당 평균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망 시 그 유족들이 유족급여를 지급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당시 사망한 근로자의 특성이나 작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명백한 기준에 따른 처분 결정이 근로복지공단의 자의적인 판단을 줄임으로써 공정한 보험금 집행이라는 결과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그 하나의 조건만을 유족 급여의 인정여부에 대한 유일한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 실정은 어느정도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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